RTA 2019
[전시] 2019. 12. 28. – 2020. 1. 8.
[퍼포먼스] 2019. 12. 28 / 2020. 1. 4.
장소: 탈영역우정국 전관
전시관람: 1pm-7pm (휴관 없음)
오프닝: 2019. 12. 28. 6pm
참여작가:
-[전시] 송주관, 야기 료타, 오로민경, 조상현, 해미 클레멘세비츠
-[퍼포먼스] 다이애나밴드, 밴드바우어, 써드타임, 아텍스테, 은재필+타로타쿠, 유장우, 윤희수, 투민, 팀트라이어드, 프로젝트삼
탈영역우정국은 동시대 예술의 탈장르적 사고와 표현 방식들을 소개하는 RTA 2019를 개최합니다. RTA(Real-time Arts)는 ‘리얼타임’의 의미를 내적 구조, 서사와 은유, 인지적 경험을 통해 확장시키는 국내외 작가 다섯 명의 방법론을 소개하는 전시 <Polyrhythmic>과, 다양한 주제로 관객과 상호 작용하며 예술 생산과 수용에서의 동시성과 우연성을 실험하는 퍼포먼스로 구성됩니다. 총 열 팀의 작가들이 이미지, 영상, 움직임, 사운드, 빛, 오브제, 냄새, 내러티브 등, 각기 다른 ‘재료’로 구축한 시간들을 관객은 여러 종류의 감각을 통해 경험하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각 퍼포먼스를 상징하는 ‘힌트’들을 마주하며 관객은 상상의 힘을 마음껏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주최/주관: 탈영역우정국
후원: 서울문화재단
디렉터: 김선형
코디네이터: 김지혜
협력기획/글: 문유진
디자인/홍보: 리니어콜렉티브
사진: 신병곤
Real-time Arts 2019
28/12/2019—8/1/2020
Post Territory Ujeongguk
Artists (exhibition) Hitencho, Jookwan Song, Lyota Yagi, OroMinkyung, Rémi Klemensiewicz (performance) Artexte, Band Bower, Diana Band, Heesoo Yoon, Jaepil Eun+Tarot Otaku, Jangwoo Yoo, Project 3, Team Triad, Third Time, Two Min
Hosted by Post Territory Ujeongguk
Supported by Seoul Foundation for Arts & Culture
Director Seonhyoung Kim
Coordinator Jihye Kim
Curator Yujin Moon
Design Linear Collective
Photography Pluto Shin
RTA 2019 퍼포먼스 프로그램
2019. 12. 28. 토요일
예술 경험의 동시성과 다중 감각을 실험하는 작업들을 소개한다. 투민은 관객과 함께 ‘운동’을 하며 보다 직접적이고 동시적인 예술 감상의 방식을 제안하며, ‘이야기 장치’를 만드는 은재필은 타로 카드를 읽어주는 타로타쿠와 함께 즉흥적인 방식으로 꿈과 ‘운명’을 이야기한다. 윤희수는 보이지 않고 들을 수 없는 세계를 관객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어둠을 통해 순간적으로 감각하도록 안내한다. 아텍스테는 다차원 공간의 소리와 움직임을 감각적인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로 선보이고, 밴드바우어는 미술을 쉬우면서도 여러 감각을 통해 경험할 수 있도록 ‘사운드 아트 팝’을 제안한다.
4:00 | 투민 (김영민, 류지민) *사전예약 |
6:00 | 은재필+타로타쿠 |
6:30 | 윤희수 |
7:00 | 아텍스테 (Claude, 신혜진) |
7:30 | 밴드바우어 (고요손, 임승택, Shy Asian) |
2020. 1. 4. 토요일
시간, 몸, 소리, 비물질 정보와 실재를 탐험하는 작업들을 소개한다. 써드타임은 물리적 거리와 시간의 차이, 속도 개념의 상대성을 은유적 행위로써 표현하고, 유장우는 사회적 상징과 관념을 내포하는 타이포그래피를 그래픽과 무용 언어를 통해 미학적으로 재구성하고 변환시킨다. 프로젝트삼은 사람마다 다른 체취를 추출해 그 미세한 향을 매개로 작가와 관객 각자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작업을 선보이며, 다이애나밴드는 이곳과 저곳에서 살아있다고 소리치며 대화하는 존재들의 합주를 지휘한다. 팀트라이어드는 도시의 시간과 공간을 함축한 ‘살아있는’ 데이터를 다시 한번 번역한 이미지와 사운드를 연주한다.
5:00 | Third Time (김단, 리사명주) |
5:40 | 유장우 (퍼포머: 김민아, 양영진) |
6:10 | 휴식 |
6:30 | 프로젝트삼 (곽혜은, 박세은) |
7:00 | 다이애나밴드 (신원정, 이두호) |
7:30 | 팀트라이어드 (홍광민, 전민제, 김호남) |
퍼포먼스 작가 소개 및 작품 해설
투민/TWOMIN (김영민, 류지민) *사전 신청 필수(20명)
투민은 이해보다는 공감하는 작업을 목표로,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보편의 감수성을 찾고자 한다. RTA에서는 운동을 통해 참가자-관객이 전시장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고, 작품을 체험하는 동시에 작품을 구성하는 주체가 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참여형 퍼포먼스 <I felt all cozy tucked up in 2MIN>에 참여하는 20명의 관객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제작된 운동기구-오브제 ‘싱’을 선택한다. 각자 요가매트 위에 앉아 퍼포머의 안내에 따라 운동을 하는 참가자-관객은 싱을 ‘가까이하고-밀어내고-올라가고-내려가는’ 동작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선택한 ‘싱/미술작품’과 특별한 관계를 쌓게 된다. | 2019. 12. 28. 토요일 4시, 1층
은재필+타로타쿠/JAEPIL+TAROT OTAKU
은재필은 이미지의 제작, 편집, 배포의 생산과정이 드러나는 장치오브제를 만든다. 영화를 보며 캐릭터들을 끄집어내고, 그들의 이야기를 장치오브제를 통해 소개한다. RTA에서 은재필은 유튜버 타로타쿠(김선민)과 함께 <잠이 오지 않는 밤>을 선보인다. 타로타쿠의 상담소를 찾은 은재필은 세 가지 꿈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각각의 이야기와 연결되는 소품들과 함께 소개하고, 타로타쿠는 타로 카드를 통해 그들의 운을 점친다. 꿈, 꿈을 듣고 보며 뽑은 카드와 그에 대한 해석, 그에 대한 응답. 즉흥성과 임의적 상호 작용은 조동사로서 이 모든 과정 수행하고, 그로써 ‘극’을 완성한다. | 2019. 12. 28. 토요일 6시, 1층
윤희수
윤희수는 시청각 요소들로 구성된 ‘소리 공간 극’을 선보인다. <Underwater Fantasia, 바다 공간극>에서는 일반적으로 들을 수 없는 바다 속 소리들이 암흑 속에서 소리 몽타주와 그림자의 형식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작가는 미지의 영역을 표상하는 물속에서 채집한 소리를 편집해, 각기 다른 시간과 경험을 가진 오래된 밧줄들과 함께 어두운 공간에 옮겨놓는다. 퍼포머(김문정, 서예원)의 안내로 “의식과 무의식을 오가며 생겨나는” 순간적 이미지 속을 유영하는 관객은 일상적 지각의 ’바깥‘에서 두려움과 신비의 감정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 2019. 12. 28. 토요일 6시 30분, 지하
아텍스테/ARTEXTE (신혜진, 클로드)
미디어아티스트 그룹 아텍스테(신혜진, 클로드)는 지각 가능한 깊이나 거리, 실재하는 공간의 구현뿐만 아니라 여러 차원의 소리와 시각 요소를 상상하고 표현하고자 한다. RTA에서 아텍스테가 선보일 <다이오니아(Dionaea)>는 우주와 미래를 배경으로 한 다차원 공간 속 소리나 물체의 움직임을 상상하고 그려낸 라이브 오디오 비주얼 작품이다. 사운드의 움직임과 배음 구조, 레이어의 변수나 특징들을 사용하여 비주얼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청각 및 시각 요소가 끊임없이 영향을 주며 매순간 예측하지 못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 2019. 12. 28. 토요일 7시, 1층
밴드바우어/BAND BOWER (고요손, 샤이아시안, 임승택)
“Sound Art Pop”이라는 장르를 개척하고자 하는 밴드바우어는 미술가 고요손, 싱어송라이터 샤이아시안, 공간연출가 임승택이 결성한 “음악을 하지 않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RTA에서는 직접 제작한 악기-오브제가 만들어내는 소리와 그 소리를 더욱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감각적 오브제 및 무대 연출로 구성하는 공연 <Sonw Peak>을 선보인다. “감각의 증폭”을 위한 오브제들로 구성된 공간에서 관객은 편안하고 “거부감 없이 찾아 들을 수 있는” 소리 연주를 들으며 “머리로 이해하는” 예술이 아니라 “살결로 먼저 와 닿는, 감각을 건드리는” 예술을 경험하게 된다. | 2019. 12. 28. 토요일 7시 30분, 1층
써드타임/Third Time (김단, 리사명주)
써드타임은 디아스포라의 정체성과 삶의 양식을 반영한 퍼포먼스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2015년부터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소통하며 물리적 거리에 따른 시차, 주관적 시간 개념을 탐구하는 퍼포먼스를 발표해 왔다. RTA에서는 ‘표준 시간대’에 의해 일률적으로 규정되는 시간 속에서 발생하는 시간의 “지연”을 시각화시키는 작업 <두 개의 방, 하나의 문>을 선보인다. 서로 다른 속도로 감각하는 시간과 기다림의 시간은 상호적이고 동시적인 행위를 통해 관객 앞에 펼쳐지며, “예측할 수 없는” 흔적을 남기게 된다. | 2020. 1. 4. 토요일 오후 5시, 1층
유장우 (퍼포머 : 김민아, 양영진)
유장우는 사회적 사건에 대한 일상적 관념을 헤집는다. 숨겨져 있는 메시지, 개념과 지식의 유래, 힘의 전략을 변이, 번역, 재맥락화, 비판적 은유의 방식을 통해 폭로하는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RTA에서 선보이는 <믿음과 현실>은 역사적인 “안티크바/프락투어(Antiqua/Fraktur)” 글꼴 논쟁을 모티프로 하는 영상·퍼포펀스 작품이다. 작가는 뒤러의 글꼴 해석에서 “철자를 제거한” 추상적 그래픽으로 변환하고, 무용수들은 이를 악보 삼아 몸짓을 만든다. 시각 기호이면서 의미 기호인 글꼴에 내포된 사회정치적 이미지는 ‘알아볼 수 없게’ 제거되고, 그 평면 ‘구조도’는 다시 한번 퍼포머들의 독립적이면서도 상관적인 행위에 의해 공간, 움직임, 소리가 뒤섞인 즉흥적 형식으로 번역된다. | 2020. 1. 4. 토요일 오후 5시 40분, 1층
프로젝트삼/Project 3 (곽혜은, 박세은)
프로젝트삼은 몸과 후각이라는 상호 교환적 매체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퍼포먼스 그룹이다. RTA에서 조향사 곽혜은은 무용수 박세은의 몸이 가진 고유의 향을 매개로 관객 각자의 역사와 기억을 환기시키는 퍼포먼스 <공간자화:920518, 11시 05분>을 선보인다. 몸이 만들어 내는 체취를 다시 몸이 감각하게 하는 순환적 행위와 개인의 고유한 경험과 환경에 의해 몸에 쌓인 냄새를 물리적으로 추출하는 행위를 통해, 이들은 개별적 몸에 각인된 여러 겹의 시간들을 다시 불러내고자 한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 쉽게 변해버린다는 점에서 ‘향’은 근본적으로 동시적이면서도 과거지향적이다. 관객이 과거의 향을 지금 감각하도록 자극하는 퍼포머의 회상은 일종의 시간 디퓨저가 된다.| 2020. 1. 4. 토요일 오후 6시 30분, 1층
다이애나밴드/Diana Band (신원정, 이두호)
관계적 미학을 향한 디자인과 미디어아트를 실험하는 다이애나밴드는 직접 고안하고 만든 사물과 소리 장치들을 매개로 인간-소리-사물-사건-공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때로는 “개입자”로서, 때로는 “관찰자”로서 작품에 초대되는 관객들은 걷거나 멈추어서, 듣거나 소리를 내며 다이애나밴드가 만드는 순간에 참여한다. RTA에서 발표하는 <숲에 둘러서서>는 사운드 오브젝트의 조작과 연주를 통해 ‘안이기도 바깥이기도 한’ 장소에서 소리를 내기도 듣기도 하는 작은 존재들의 대화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들의 숲에 둘러서서 우리는 동시에 있으면서도 산재하고, 그곳의 모든 것은 안개처럼 흐르거나 뒤섞인다. | 2020. 1. 4. 토요일 오후 7시 00분, 1층
팀트라이어드/Team Triad (홍광민, 전민제, 김호남)
데이터 분석가, 인터랙티브 미디어 프로그래머, 사운드 디자이너가 2018년 결성한 팀트라이어드는 청각 경험을 확장시키는 매체 실험을 하고 있다. 사운드롤 공통분모로 각 구성원은 알고리듬 설계, 장치 제작, 작곡 등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그에 관련된 다양한 미디어를 탐구한다. 최근에는 도시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색다른 형태의 시청각 풍경을 만들어내는 설치 및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RTA에서 선보이는 <Data Pulse> 시리즈는 풍경과 소리를 비롯해 공기질에서 건축물, 수출입 화물에 이르기까지 인천이라는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반영한 작업이다. “데이터에는 이야기가 있다. 맛이 있다. 체취가 있다. 리듬이 있다. 형태가 있다”고 말하는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도시의 “살아 숨쉬는” 데이터들을 관객이 “온몸으로” 감각하게 하고자 한다. | 2020. 1. 4. 토요일 오후 7시 30분, 1층RTA 2019 전시 프로그램
RTA 2019 전시 프로그램
<Polyrhythmic>
2019. 12. 28. ~ 2020. 1. 8.
참여작가 송주관, 야기 료타(八木良太), 오로민경, 조상현, 해미 클레멘세비츠(Rémi Klemensiewicz), 기획 문유진
RTA 2019의 전시 <Polyrhythmic>은 ‘리얼타임(real-time)’의 개념과 방법론을 질문하는 국내외 작가 5인의 작업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실시간’으로 직역되는 ‘리얼타임’이라는 단어를 기존의 용법으로써 한정하기보다는 그 의미와 형식의 확장 가능성을 능동적으로 실험해 보려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송주관, 야기 료타, 오로민경, 조상현, 해미 클레멘세비츠는 영상, 소리, 오브제, 장치 등, 여러 종류의 매체를 각기 다른 조합으로 엮어내며 ‘여러 다른 성질로 이루어진’ 실재와 시간의 영역을 탐색한다. <Polyrhythmic>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시간의 작용, 현재에 대한 관념, 그리고 변이를 작품 구조 및 수용 과정의 주요 작동 원리로서 탐구하는 한편, 인간의 일상적 감각지각을 비틀어 내보이는 방식으로 인식 경험의 전환을 꾀한다. 이들은 상이한 존재나 감각을 중첩시키고 동시에 연주함으로써, 낯선 리듬을 개척하는 동시에 시간, 즉 분절된 순간이자 계속해서 흐르는 연속체인 존재 감각에 자유를 준다.
야기 료타(八木良太)는 사회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구성되는 인간의 제한적 인식 체계 또는 태도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시각, 소리, 행위를 연결하는 장치들을 제작한다. 사운드, 영상, 오브제, 설치, 인터랙티브 등 다양한 표현 방법을 사용하며, 주로 특정한 용도를 갖도록 설계·제작된 기성품이나 익숙하게 통용되는 문화적 산물들로 작품을 구성한다. 특히, 개념적으로 선별한 이 소재들의 성질이나 고유한 기능에 “공학적” 조작을 가함으로써 그것들에 연관된 지각-행위 방식에 변화를 주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간 측정이라는 시계의 본디 기능과 그것에서 파생되는 보조적 실재를 동시에 파악하게 해주는 장치 <Timer>, 물리적 실재와 기억이 시간의 작용에 의해 변형되고 모호해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Vinyl>, 단일한 시간에서 세 개의 다른 시간을 추출하는 작업 <Lento―Presto>를 선보인다. 각기 다른 오브제와 기법으로 제작된 이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매체’에 생기는 물리적 변화가 과정이자 결과로서 작품을 지지하며, 작품을 구성하는 내적 장치들은 서로 번갈아, 혹은 순환적으로, 서로의 ‘인과’가 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리고, 예측하지 못한 ‘감각/깨달음’의 순간을 만들어 낸다.
조상현은 디자인 작업의 과정과 그 과정에서 만나는 우연적 효과를 작업 안으로 끌어들인다. <Cymatics Series>는 소리의 진동, 즉 지금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의 생생한 순간을 시각적 현상으로서 표현하는 ‘사이매틱스’ 기법을 적용해 제작한 2차원 패턴과 오브제, 그 형성 과정에서 포착되는 요소들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는 이 시리즈의 제작 과정을 함축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장치들인 <Cymatics System>, 사이매틱스 기법으로 제작한 평면 이미지를 3차원 오브제로 재구성한 <Shelve>, 그리고 사이매틱스 현상의 순간을 기록한 사진 <Process of Solidification>을 함께 소개한다. 진동의 세기와 그에 따른 액체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형광 안료 위에는 주파수 조작을 통해, 그리고 석고와 섞은 안료 그 자체의 점도에 따라 제어되지 않은 임의의 패턴이 생성된다. 이 불규칙한 패턴은 고형화 과정을 통해 몸을 갖게 되고, 기하학적 형태의 오브제의 몸에 새겨진다. <사이매틱스 시리즈>는 제작 과정의 우연성과 통제 가능성을 결합하는 방식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드러내며, 섞고 성형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임의적 이미지와 구조를 찾아가는 여정은 이 작업의 핵심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오로민경은 빛, 소리, 움직임을 통해 불안정한 존재들을 드러내고, 위로한다. 최근에는 주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조직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감각 능력을 사용하는 연구와 퍼포먼스 형식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2010년에 발표했던 설치 작업 <‘마음 듣기’>를 재구성해 보여준다. 각기 다른 출처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오래된 시계들, 초침에 매달린 작은 물건들, 어두운 방에서 반짝이는 소리(들)은 과거의 것, 미약한 것, 아픈 것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드러내는 장치들이다. 상이한 시간들과 그것에 연결된 기억들은 각자 가진 힘만큼의 속도로 운동을 반복한다. “각기 다른 시간의 궤도에서 독자적으로 절룩거리는” 이 시계들은 과거에서 온 것이면서 현재 흐르고 있는 시간이다. ‘작은 존재들’은 오로민경의 다른 작업들에서도 등장하는데, 여기서도 그들은 겹겹이, 번갈아 움직이며 저마다의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규칙적이면서도 뒤엉킨, 각기 다른 리듬이면서 하나의 리듬을 구성하는 이 소리는 관객이 경험하는 지금의 시간(들)을 구성한다.
시각과 청각의 대응 관계, 개념의 비언어적 번역 방식을 탐구하는 해미 클레멘세비츠는 사운드, 영상, 설치, 퍼포먼스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2018년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처음 선보인 <개망초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구성과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작업이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오랜 시간의 작용에 의해 변화된 과거의 관념이 현재 어떤 방식으로 ‘실재’하는지, 또 그것이 유효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에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흔한 들풀 개망초는 불과 백 년 전에는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오명 그 자체를 이름으로 갖게 되었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다시 일본에서 조선으로, 권력의 방향에 따라 전래된 이 식물을 발굴함으로써, 작가는 “일상적으로 보이는” 사건과 사물들에 얽힌 정치적 권력 관계를 드러내고자 한다. 관객은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관념을 인식한 채 이 꽃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를 둘러싼 ‘망국의 상징’들은 현재 시점에서 유효한 새로운 소리를 출력한다. 작가의 개입 없이, 관객에 의해 임의적으로 변화하는 이 소리는, 과거의 관념과 현재의 관념, 기록된 목소리와 흐르는 목소리가 함께 피어나는 시간을 구성한다.
송주관은 외부 세계를 인지하는 메커니즘을 시차와 움직임을 통해 조작하는 영상 설치 작업을 소개한다. 현장의 시청각 요소와의 상호 작용과 관객의 개입에 의해 비로소 ‘현존’하게 되는 그의 작업은 대체로 동시성, 시차, 반응, 움직임과 같이 지속적인 변화와 관련된 요소들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Presence>는 전시장의 안과 밖의 환경을 하나의 화면 안에 중첩시킨다. 카메라가 감지하는 사람 혹은 자연물의 움직임은 의도적으로 혹은 우연히 작품에 포함되는데, 지나가거나, 멈추거나, 춤추거나, 바라보는 관객은 개별적 특성을 알아보기 어려운 에너지의 흔적으로 작품 속에 잠시 머문다. ‘피사체’의 에너지 작용을 투사하는 영상 속 이미지는 움직이는 존재의 현상으로서만, 오직 ‘지연’을 통해서만 지각되며,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사라진다. 움직임의 주체이자 동시에 피사체인 관객의 실재는 지각되기 이전에만 존재하는 셈이다.
작품 해설
송주관, Presence, 2017
인터랙티브 미디어 설치, 영상, 2채널 오디오, 가변크기
한 대의 카메라가 감지하는 관객의 실시간 움직임은 화상에 그 흔적을 남겼다가 이내 사라진다. 하나의 화면에서 관객이 만드는 영상 신호와 전시장 바깥에서 송출하는 실시간 이미지가 중첩되는데, 각각의 이미지는 변화하는 현장의 조건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화면에 ‘동시에’ 반영되는 듯이 보이는 여러 겹의 이미지는 사실 각각의 원본, 즉 피사체의 움직임을 일정 시간 이후에 반영하는 것이다.이 작업은 “인식의 딜레이 현상”을 시청각 형식으로 드러내며, 움직임의 순간, 그 순간을 재생-조작하는 매체, 매체를 통해 그 움직임을 다시 ‘동시에’ 인식하는 피사체, 이 순차적 순간들 사이의 시차,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변형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관객은 피사체인 ‘동시에’ 화면을 지배하는 색과 형태를 만드는 표현 주체인 ‘동시에’ 작품의 형식 그 자체가 된다.
야기 료타, Timer, 2014
모래시계, 마이크, 이어폰, 23.6×16.9×19.2 (cm)
모래시계 속 모래는 물질이면서 시간이다. 시간량만큼의 모래는 모래량만큼의 소리를 낸다. 모래시계는 시간 측정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갖고, 그 기능 수행의 과정이자 결과로서 소리가 발생되는데, 여기서 소리는 보조적이고 미미하게 실재할 뿐이다. 대개 인식할 필요가 없어서 무시되는 부산물(by-product)은 여기서 ‘거대한 침묵’을 통해 존재를 드러내게 된다. 흘러내리는 모래의 소리는 모래가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에 없어지고, 그 순간, 모래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관객은 그 소리가 얼마나 작은 것이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된다.
야기 료타, Vinyl, 2017
실리콘, 정제수, 냉동고, 레코드플레이어, 가변크기
레코드판용 실리콘 형틀에 물을 넣고 얼린 얼음 레코드. 시간의 경과에 따라 얼음은 녹고 음악은 증발한다. 상온에서 얼음레코드가 재생되면, 레코드판에 새겨진 홈이 완전히 녹을 때까지 음악은 아주 완만한 속도로 점점 조성 없는 상태의 “후렴구”로 변해간다. 얼음이 녹는 속도와 소리가 뭉그러지는 속도는 같다. 기록된 소리가 기억으로 옮겨지는 순간, 노래 가사는 환청처럼 희미해진다. “상온에서 얼음이 그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억이 언제나 뿌연 것처럼.”
야기 료타, Lento—Presto, 2008
영상, 사운드, 가변크기
미리 속도를 조정한 2곡의 음악을 포함한 영상 하나를 세 종류의 속도(일반 속도, 느린 속도, 빠른 속도)로 재생함으로써 속도를 조정하기 이전의 곡이 재생된다.“단일 시간(single time)에서 3개의 다른 시간을 추출”한다. 속도를 변형시킨 이 곡들은 알아듣기 어렵다. 이 작업에서 영상과 사운드는 서로의 원본이면서 매체가 된다. 스피커가 있는 풍경을 비디오로 기록하고 편집에 따라 속도를 변화시키면 원곡의 음정이 복원된다. 그러나 다시, 여기서 영상의 속도는 상대적으로 왜곡되어 버린다.
오로민경, ‘마음 듣기’, 2010
소품, 시계, 움직임 장치, 조명, 가변크기
“시계방에서 가장 팔리지 않은 시계들과… 무브먼트 부품들을 모아서 그 시계들의 초침에 작은 사물들을 묶었다.” 각기 다른 출처, 역사, 형태와 무게를 가진 이 시계들과 사물들은 하나씩 짝을 이루어 접붙이고, 각각의 시계-사물은 오직 그 초침과 사물의 상호적 관계에 의해서 결정되는 고유한 움직임과 시간을 갖게 된다. “연약한 힘의 관계 안에서 깜박이고 있는” 초침들은 우리가 정상이라고 여기는 시간량과 속도를 벗어나 제각각의 리듬으로 움직인다. 서로 비껴나면서 동시에 연주되는 작은 것들의 소리 속에서 관객은 (자신을 포함한) 각기 다른 존재들의 (연장된 현재)인 지나간 시간들로 구성된 ‘지금’을 경험한다.
조상현, Cymatics System, 2018
복합매체, 디지털프린트
사이매틱스(cymatics)는 인간이 눈으로 관찰할 수 없는 것들의 물리적 실재를 시각적으로 분석하고 증명하는 과학이다. 음원을 재생하면 스피커로 출력되는 소리의 진동에 의해 스피커 위에 놓인 물 표면에 파장의 패턴이 생긴다. 그것의 움직임을 카메라가 촬영하고, 입력된 영상과 소리는 RGB 패턴의 움직임과 혼합되어 모니터로 출력된다. 이 시스템은 물질과 색, 소리의 혼합으로 패턴이 이루어지는 <사이매틱스 시리즈> 제작 과정을 소리가 전파를 통해 비디오 시그널로 표현되는 비디오 신시사이저와 오실로스코프(oscilloscope)를 이용해 재현한 것이다.
조상현, Cymatics Series: Shelve, 2017
석고, 형광안료 70×27×120 (cm)
선반 표면을 덮고 있는 형광 패턴의 움직임은 진동과 액체의 점도에 의해 만들어진다. 작가는 스피커에서 출력되는 소리의 주파수 조정을 통해 진동 세기를 조절하고, 진동을 잘 전달하기 위해 얇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몰드 안에 여러 색의 ‘형광 석고 물’을 부어 섞이게 한다. 이 교반 과정에서 나타나는 액체 패턴은 평면적인 듯 보이지만 깊이에 따른 물의 움직임, 진폭에 따라서 3차원적인 컬러 패턴을 생성한다. 따라서 건조한 석고를 잘라내는 과정에서 표면의 패턴은 계속해서 변화하게 된다.
조상현×김경태, Cymatics Series: Process of Solidification, 2018
디지털프린트, 62×47 (cm)
사진가 김경태와의 협업으로 사이매틱스 패턴 제작 과정을 기록한 영상을 디지털프린트 이미지로 제작한 작업이다. 파동과 그 움직임을 가장 잘 드러내 보일 수 있는 형광 안료를 석고와 교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운동을 포착했다.
해미 클레멘세비츠, 개망초 프로젝트, 2018-9
복합매체, 스피커, 앰프, 사운드, 가변크기
북아메리카 원산의 개망초(Erigeron annuus/Daisy Fleabane)는 미일간 교역을 통해 일본에 전래되었고,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 과정에서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에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꽃이라고 하여 ‘망’초라 불렸지만, 지금은 그러한 부정적 상징은 사라졌다. 과거의 ‘이야기’로서 존재하는 이 꽃은 한반도 생태계 내에 뿌리를 내려 지금도 전국에 서식하고 있다. 개망초꽃은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속삭이는 작은 목소리들을 출력하고, 그에 둘러싸인 관객은 이 꽃에 대한 자신의 기억과 생각을 이야기한다. 이 ‘지금의’ 목소리는 실시간으로 개망초꽃이 들려주는 다른 이들의 개망초 이야기에 덧입혀진다.
(글. 문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