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향해 뻗은 선

하얀 바탕 위로 암록색의 여러 작은 선들이 모여 무늬를 만들고 있다. 굵은 선처럼
이어지다가 중간 중간 빈 둥근 공간을 만드는 것 같은 패턴이 불규칙하게 이어진다.
전체적인 모양은 덩이 줄기 같기도 하고 개미집 같기도 하다. 맨 왼쪽 위에는 환대의
조각들 2021 라는 글씨의 로고가 있다. 그 옆으로 주관/주최_다이애나랩
협력_탈영역우정국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 라는 글씨가 있다.
포스터에 왼쪽 아래에 반듯하게 쓴 손글씨가 있다. 당신을 향해 뻗은 선 2021 9, 4-27

<당신을 향해 뻗은 선>

이 전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선 위에 있습니다. 환대, 라고 누군가 발음했을 때 그 감각은 우리를 진동시키며 아주 멀리에 있는 어떤 선 위로 데려다 놓았습니다. 다른 존재에게 얼마나 열려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선으로 구분한 이쪽과 저쪽 중 어느 한쪽이 아니라 떨리며 이동하는 선 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때로는 스스로를 파괴하기 직전까지 몰아붙이기도 하면서 무수한 선들을 당기고 뛰어넘고 끊고 다시 긋기를 반복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전시는 그간 우리가 선 위에서 만났던 장면들—사라져가는 수많은 문과 지의류의 무늬와 돼지들과, 겹겹이 쌓인 아이들의 옷과 젖병에 대한 것입니다. 우연이 이끄는 힘으로 복잡하게 얽힌 선 위에서, 우리가 지나쳐 왔던 이 장면들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어느 순간 이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게 되는 단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전처럼은 다시 살 수 없게 되는 어떤 순간에 대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힘에 대해. 당신을 향해 뻗어있는 어떤 선 앞에서, 당신이 언제든 그것 위에 올라타거나 그것을 끊어버리거나 새로운 선을 그을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각자가 감각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을 향해 계속해서 이끌려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의류는 단일한 생물이 아니라 균류와 조류와 효모가 복합체가 되어 생활하는 공생체로 주로 이끼처럼바위나 나무, 땅의 표면에서 자라난다. 다양한 형태와 색이 있으며 지구 어디에서든 살 수 있다고 알려져있다.

전시관람예약

기간 : 2021년 9월 4일(토)-27일(월)

관람 시간 : 11시-19시 / 휴무일 없음

장소 : 탈영역우정국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20길 42 1층)

참여자 : 그레이스 김, 우에타 지로, 이야기, 정유희

디자인 : 노다예

공간디자인 : 손정민

수어통역 : 장진석

촬영 :

영문번역 : 최순영

주관/주최 : 다이애나랩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력 : 탈영역우정국, 인포숍카페별꼴

*전시장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안내자가 있는 시간은 오후 13시-19시입니다.

*전시장 입구에 수어 해설과 음성 해설, 점자 리플렛, 큰글씨 리플렛(한글/영문)이 있습니다. 휠체어, 유아차 입장이 가능하며 휠체어가 접근 가능한 성중립 화장실이 있습니다. 또한 동물과 동반입장이 가능합니다.

*전시장인 탈영역우정국은 <차별없는가게>로 자세한 접근성 관련 정보는 차별없는가게 웹사이트 wewelcomeall.net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전시는 공공예술 프로젝트 <환대의 조각들>의 일환으로 열립니다. 웹사이트fragments2021.ink에서 관련 정보를 수어, 한글, 영어, 큰글씨로 볼 수 있습니다.

작품소개

그레이스 김

<멀리서 골짜기가 깊어지고 II> 1채널 비디오, 헤드폰, 2021

예멘에서 온 친구와 우정을 담은 영화를 만들던 겨울, 제주의 빈 곳들을 찾다 우연히 지의류와 마주하게 된 여정을 담았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연성을 마주하는 방식 – 계획과 다르게 촬영된 영상들, 확장된 기록들, 우연히 포착된 시공간들 – 과 스크린 앞의 존재들이 마주할 수 있는 시청각적 접근성에 대한 한계를 인식하며 영상과 나 자신, 영상과 관객들이 어떻게 다시 관계 맺을 수 있을지 질문한다.

우에타 지로

<2g> 유기농 오일, 색종이, 2021

파랑, 노랑, 초록, 빨강의 가로 세로 15cm 종이로 돼지를 접었다. 당신이 가볍게 들고 냉장고에 넣었다 뺄 수 있는 돼지 한 마리의 무게는 2g. 콩기름을 먹여 고소한 향과 윤기가 흐르는 돼지는 당신을 위해 살아있지도 죽어있지도 않은 상태로만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1시간마다 2,092마리의 돼지가 사라진다. 비건이 되고 더 이상 살을 먹을 수 없게 되면서부터, 나는 한 번도 실제로 만나본 적 없는 돼지의 촉감, 온도, 무게, 소리, 눈의 색과 상냥함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종이로 돼지를 만들 수도 있고, 냉장고에 넣을 수도 있고, 실수를 가장해 밟거나 간단히 찢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종이 돼지에게 환대를 받을 수 있을까?

이야기

<문꾸(문설주 꾸미기> 프로토타입 웹, 1채널 비디오, 2021

주변 경관이 빠르게 변해 갔다. 주택들이 헐린 자리에 필로티 구조물들이 들어차는 식이었다. 사라져가는 주택들을 문설주 중심으로 기록하기로 했다. 문설주에는 그 너머로 자리한 건축의 면목을 더듬어 볼 수 있는 단서들이 축약되어 있다고 봤던 까닭이다.

<문꾸>는 사진으로 기록해 온 문설주들에서 문짝 등을 제외한 지붕과 설주를 그래픽으로 도안한 뒤, 방문자가 각 요소들을 새로이 조합하여 전에 없던 구성의 문설주를 꾸며 보는 프로토타입 웹 환경이다.

우리는 사라지는 것들을 어떻게 환대할 수 있을까? 만일 그 단초가 기억에 있고, 그 방편으로써 기록을 삼는다면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이미 숱하게 사라진 문설주들을 떠올려 본다.

정유희

<덮인 것 위에 쌓이는> 유아 의류, 젖병, 수건, 자동 비누방울 발생기, 작은 책, 2021

2년 10개월의 임신/산후 우울증을 경험한 이후 장기간 지속된 후유증의 치유법을 찾고 고민한 과정의 일부. 공간과 사용자가 변한 뒤 효용감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과 사유를 강탈 당하고 목적을 위해 사육된 신체가, 자신을 복구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글쓰기를 엮어 의자로 만들었다.

The Line Stretched Toward You

This exhibition exists on the line that moves in different directions

When someone uttered the word, “hospitality,” that sense has shaken us and taken us to some line that is somewhere far away. Faced with the question of how open we can be to other beings, we realized that we cannot stand on either this side or that side divided by the line, but  only exist on the shaky line that keeps on moving. Not knowing where we are headed, and at times driving ourselves to the extremity of nearly destroying ourselves, we have repeatedly pulled, jumped over, severed, and drawn the line over and over, and finally reached here.

This exhibition is about the scenes and moments that we have encountered while we stood on that line–numerous gates, patterns of lichen, pigs, and layer upon layer of baby clothes and baby bottles, all of which are vanishing. On the intricate lines that are entwined by the force of coincidence, we have come to reconstruct these scenes. We wanted to talk about the severance that stops us from going past a certain point in time. About the moment that does not allow us to live like how we used to, and the force that enables such change. Standing before a line that is stretched toward you, we hope that you could jump on it, sever it, or draw an entirely new line any time.

*Lichen is not a single organism, but a symbiont, in which fungi, algae, and yeast form a composite and sustain life, and  mostly grows on the surface of rocks, trees, or land such as the moss. They are known to take on various forms and colours, and live anywhere on earth. 

Dates: September 4 (Sat.) – 27 (Mon.)

Hours: 11:00 – 19:00 / Open Every Day

Venue: Post Territory Ujeongguk (Mapo-gu Dokmak-ro 20-gil 42, 1F, Seoul)

Participants: Grace Kim, Ueta Jiro, Yiyagi, Yu Hee Jeong

Designed by Dah Yee Noh


Space designed by Son jung min

Sign Language Translation by Chang Jinseok

Filming & Photography by ohn

Translated by Soonyoung Choi

Hosted by diana lab

Sponsored by Arts Council Korea (ARKO)

In cooperation with

Post Territory Ujeongguk & Infoshop cafe byulkkol

*Accessibility Assistant will be available for visitors at the exhibition venue from 13:00 to 19:00.

 *At the entrance of the exhibition venue, we provide an introductory video of the exhibition in Korean Sign Language and an audio speaker that explains the exhibition and reads the content of the leaflets aloud. Visitors may also take  braille leaflets and large print leaflets (Korean/English) at the entrance. The venue is stroller and wheelchair accessible, and is equipped with wheelchair-accessible all gender restroom. Visitors may bring animals to the exhibition venue.

*Post Territory Ujeongguk is a participant of “Project We Welcome All.” For more information on matters pertaining to accessibility, please check out the “Project We Welcome All” website at wewelcomeall.net.

Grace Kim

Far Away the Valley Deepens II. single channel video, headphone, 2021

I recorded the journey of facing the lichen by chance, when I was looking for empty spaces in Jeju during the winter when I was making a film about friendship with a friend who came from Yemen. This film questions how the image and I, image and the audience can form a different relationship while recognizing the the manner of facing fortuity in the process of making a film — images that were filmed differently than what we had planned, records that expanded, and time and space that have been captured by chance — and the limitations  to the audiovisual approach that the beings in front of screen face.

Ueta Jiro

2g. organic oil, colored paper, 2021

With blue, yellow, green, and red 15x15cm papers, I folded origami pigs. Weight of a pig that you can lightly carry around, or put in, and take out from the fridge is 2g. The pig coated with soybean oil, which comes to have savoury smell and shiny appearance, exists in a state of neither being alive nor dead for you. 

In Korea, 2,092 pigs are killed every hour. Becoming vegan, and no longer being able to consume flesh, I began to think about the touch, temperature, weight, sound, eye colour, and the kindness of pigs that I have never met in person. But we can make a pig, put it in a fridge, or step on it or tear it out pretending that it was an accident. Yet, can we receive hospitality from an origami pig?

yiyagi

Decorating Gateposts. prototype web, single-channel video, 2021

Landscapes surrounding me have undergone changes rapidly. It usually occurred in a manner of houses being demolished, and quickly being replaced and filled up by buildings with piloti structures. I decided to keep the record of the disappearing houses, focusing on their gateposts. I thought that gateposts contain the clues to explore the architectural characteristics of the houses that exist beyond them. 

Decorating Gateposts is a prototype web environment, in which I designed the roof and side posts without the actual gate taken from the gateposts that I have photographed so far, and the visitors may subsequently decorate the gateposts by combining each element  in unprecedented combinations.

How can we treat the things that are disappearing with hospitality? If the clue to that lies in memory, and we use records as an expedient, what kind of form will it take? I think back on numerous gateposts that have already disappeared.

Yu Hee Jeong

Piling Up on Things Covered. baby clothes, baby bottle, automatic bubble machine, small book, 2021 This project is part of the process of struggling to find and finding a cure after experiencing the two years and ten months period of pregnancy and post-pregnancy depression, and the aftereffects that lasted for a long period of time. I built a chair out of the objects that have occupied space uselessly after the space and the user have gone through changes, and the writing, which has been chosen by the body as a way of restoring itself, when it has been robbed of thoughts and reared for a purp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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