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곤 개인전 <도시 3부작:해체와 재구성 Urban Trilogy: Deconstruction and Reconstruction>

신병곤 개인전

<도시 3부작:해체와 재구성 Urban Trilogy: Deconstruction and Reconstruction>

2019.7.12 – 7.30


기간   2019. 7. 12 – 7. 30
오프닝   2019. 7. 12. 18:00
관람시간   13시-19시
장소   탈영역우정국 (서울 마포구 독막로20길 42)

협력기획   탈영역우정국

포스터디자인   리니어콜렉티브

후원   서울문화재단

 

 

서울처럼 집약적으로 근대적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거대한 현대 도시는 단일한 성질로써 도시성을 표상하기 어렵다. 파괴와 건설, 파편화와 집중이 여러 층위에서 반복되는 도시에서 도시성은 총체적인 실체로서가 아니라 도시를 구성하는 수많은 구조물과 제도들, 그리고 그와 맞물려 돌아가는 도시민들의 생활양식을 통해 다면적으로 파악된다. 그러니까 도시성은 도시를 구축하는 다양한 개체들의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지각 공간(perceptual space)들이 중첩되고 단절되며 생성하는 도시에 대한 주관적 해석들이 산재하는 상태에 가깝다.

<도시 3부작 Urban Trilogy>은 이 같은 상태적 도시성에 대한 신병곤 작가의 장기 연구 프로젝트이다. 2015년부터 작가는 사진과 디지털 편집을 통해 지극히 주관적이면서 극도로 분석적인 도시 설계도를 그려오고 있다. <도시미분법 Urban  Differentiation>(2015~2017)은 도시를 구성하는 인수들 가운데 (가장 몰개성적이고 비서사적인) 건물 표면의 형식 요소들을 분해하고 재조합한 작업이다.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줌인’된 건물의 면면들은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특성값을 지니고 있는 극소 단위들로 이루어진다. 이들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단순한 패턴인 듯 보이지만 실은 미묘하게 다른 형, 색, 길이, 기울기 등을 갖고 있으며, 조금씩 바뀌며 인접한 다른 극소 단위들과 연결되거나 끊기면서 새로운 단위를 구성하거나, 이질적 그리드와 만나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 낸다. 이 ‘건축 사진’ 시리즈에서 도시성은 일상이나 역사는 지각되지 않고, 도시의 ‘무한점’들이 연결되고 끊어지며 연속되는 임의적 체제로서 드러난다.

<도시천문학 Urban Astronomy> (2015~2018)에서 작가는 본격적으로 가상의 풍경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삼각대를 사용하지 않고 망원으로 촬영해 빛만 남긴 수백여 장의 도시 야경 이미지는 곧 디지털 공간에서 조적재로 변환된다. 수백여 초의 순간과 그 순간 실재하던 구조물들은 픽셀로 이루어진 비물질 이미지가 되고, 또 다시 수백여 번의 배열, 중첩, 분산을 통해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점점이 가상의 도시를 구축하게 된다. 이 만화경적인 ‘우주 사진’ 연작에서 도시성은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떠오르는 빛의 파편들이 표상한다. 이 가상의 구조물들은 여러 시공을 거쳐 우리 앞에 나타난 현존에 가까운 상태(quasi-présence)로서, 우리는 더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순간들이다.

<도시통신학 Urban Telematics> (2015~2019)은 일견 도시성에 대한 작가의 가장 회의적인 해석을 보여주는 듯하다. 대칭을 이루는 이미지는 자기복제를 통해 증식하는 건축물과 도시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한편, 그 위를 가로지르는 각기 다른 각도의 실선들은 섬세하고 취약한 ‘현실(actuel)’을 표상한다. 3부작 가운데 실재(réel)하는 풍경과 가장 거리가 먼 이 도시 이미지들은 통신 네트워크의 복잡한 구조를 은유하며 가상과 복제로 구축된 세계에서 독창성의 의미를 질문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가장 차가워 보이는 이 (미래의) 도시 설계도는 어쩌면 도시성에 대한 작가의 낙관적인 전망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동어 반복으로 구성된 여러 이미지들 위에 각기 다른 양태로 배열된 선들은 작가 고유의 공학적 규칙에 의해 생성된 것들이다. 작가는 ‘오리지널리티’를 상징하는 기호로서 이 선들을 설계도에 심어 둠으로써, 연약하되 소멸되지 않는 어떤 존재를 드러내 보인다. 그 존재는, 피에르 레비의 널리 알려진 ‘가상화(virtualisation)’ 개념을 빌어 설명하자면, 통신 네트워크, 즉 연결과 관계의 망을 통해 창의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문제를 거듭 상상해 내는 가상적 에너지로서 (또는 현재 실행되고 있지 않는 힘의 상태로 존재하는) 도시성을 암시한다(P. Lévy, 1998).

<도시 3부작>에서 작가는 현재, 과거, 미래의 도시성을 사진 이미지에서 추출해 낸 면, 점, 선, 그리고 색이라는 형식 요소들을 통해 재구성해 보인다. 도시의 추상적 이미지들을 분할하고, 재조합하고, 복제하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접합과 중첩의 방법론은 3부작의 기저에 짙게 깔린 연결에의 의지를 노출시킨다. 작가는 획일적으로 지각되는 도시의 “지금, 여기”로부터 벗어나, 도시를 구성하는 개체들이 “정체성의 변환”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하고 자유로운 시공에 이르기 위해서는 결국 단절이 아닌 연결이 필요하다는 메세지를 우리에게 전송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글. 문유진

-작가소개-

신병곤(1983년 서울 출생)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동훈, 임다윤과 함께 조직한 사진가 그룹 ‘소셜 포토(SOCIAL PHOTO)’의 멤버다. <도시미분법: 도시의 분해와 재구성>(2018, ryugaheon)을 개최하였고 2019년 <공간기억>(2019, 김중업건축박물관)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또한 『도시미분법』(piece, 2017),『도시천문학』(piece, 2018)을 발간하였다.

-작업설명-

<URBAN TRILOGY>

URBAN DIFFERENTIATION

역사를 ‘증명’하는 장치로서의 도시 사진이 아니라 압축되어 깨어진 공간 이미지, 모호하고 비현실적인 공간의 중첩으로 도시를 표현함으로써 공간을 투명하게 드러내기보다는 불투명하게 만드는 것에 목적이 있다.

낭만적 감상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도시 풍경은 익명화되고 탈색되면서 역설적으로 건축에 내재한 특이성을 보여준다.

서사의 대상으로써의 도시가 아닌 ‘심리적 재현으로의 구조체 집합’으로 공간을 보여 줌으로써 도시를 받아들이는 인식의 과정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URBAN ASTRONOMY

공간의 관계를 다각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상황을 포착하고, 그것을 모두 한 장의 사진 안에 압축하여 표현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사진은 ‘사실성을 담보로 하는 일종의 환영’이라는 점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도시의 실재와 환영으로 압축된 이미지의 표면 위에서 대상에 대한 기억과 경험은 천문학이라는 범주 안에서 시지각적으로 선사해왔던 과학과 만나고 충돌한다.

이를 통해 도시를 이미지로 표상하는 문제, 그리고 실재 대상에 의해 환영이 만들어지는 과정, 도시를 바라보는 인식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URBAN TELEMATICS

공간을 복제하고 사진을 병치시키는 방식으로 시공간을 재조합하고 그것을 파편화시킨 일종의 가상공간을 제안한다.

네트워크와 같이 자기 복제와 병치를 기반으로 구축된 도시 공간은 허구와 현실이 뒤섞인 듯 환영에 가까워지며 관성적으로 보아온 세계에 균열을 일으킨다.

네트워크의 공식으로 실재하는 공간을 실재하지 않는 공간으로 구축하고, 복제와 복제의 조합으로 구축된 공간에 파편화의 선을 삽입함으로써, 자기 복제를 기반으로 하는 도시의 속성 안에서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고찰과 이를 통해 개인이 느끼는 도시 공간의 감정적 소유와 도시 공간에서 느껴지는 상실감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