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국진 개인전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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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진 개인전 <항해>

일정: 2020년 9월 3일~15일

장소: 탈영역우정국

관람시간: 13:00-19:00 

후원: 한국수자원자력(주), (재)경주문화재단)

박국진의 <항해> 전시는 인공적으로 변모되고 있는 자연환경과 인간성의 상실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매체의 설치로 공간을 생태계로 인식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공간을 부유하는 폐기물과 건물의 잔해, 무명의 행성, 선실과 기관실로 전개되는 작품들을 통해 소모되는 물질과 자연에 대해 되새겨 보고자 한다.

삶, 그러므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배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항해. 작가 박국진이 근작 그러므로 이번 전시에 붙인 주제다. 여기서 항해는 삶의 메타포다. 삶에 대한 비유가 여럿 있지만, 그 중 결정적인 경우로 치자면, 삶은 흔히 망망대해를 떠도는 일엽편주에 비유된다. 삶은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저 홀로 바다에 던져진 배다. 칠흑 같은 밤에 미미한 불빛조차 없는 미증유의 바다를 항해하는 배다. 이 비유에서처럼 삶은 고독하고 막막하다. 어쩌면 작업이 꼭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이 비유는 삶에 대한 비유이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 작업에 대한 비유이기도 할 것이다.

-평론글 중에서

작가노트

나는 공간을 독립된 작은 생태계로 바라보며, 공간구성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생각들과 추후 작품을 제작하며 생각하는 것들은 다양한 형태의 의미들로 확장되었다. 개념에서의 변화보다 시각적인 효과에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갔다.

1층 공간에는 바다 내부로 생각해 부유하는 물체들이 매달리게 된다. 물체들은 갖가지 산업사회의 폐기물과 건물의 잔해로 보이는데 이것은 뒤집혀 배의 밑부분이 되는 것이다. 항공모함, 어선, 여객선, 유람선, 잠수함 등이 다양한 설정으로 바다 위를 표류하고 있다. 철창과 같은 작은 방에는 무명의 행성이 갇혀있다. 2층 공간은 선실 내부로 구성되어있는데, 식기가 놓인 테이블과 방향성을 잃은 지구본이 마주한다. 기관실에는 과하게 들어차 있는 파이프 구조물과 어울리지 않는 음향. 또 다른 방에는 맨홀 같은 구조물이 바닥에 놓이게 되고 맨홀 밑으로 영상이 재생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나는 낚시를 자주 다녔다. 가끔은 어머니가 동행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아버지와 단둘이서 조그만 어선을 타고 거친 섬에서 불안한 자세로 하룻밤을 지낼 터를 잡고 텐트를 치고 낚시를 즐겼다. 나는 바위틈을 이리저리 살피며 다양한 생물들을 접하고 적어도 그때는 나 역시 아버지와 낚시 가는 것을 즐겼던 것 같다. 그때 내가 잡은 것들은 결국 괴롭힘을 당하다 죽거나 도망가거나 낚싯밥으로 사용되었지만, 거기에 대한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낚시하기 좋은 날은 흐리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새벽녘이었다. 낚싯대를 드리우기 무섭게 다양한 생물들이 올라왔다. 가끔은 복어나 불가사리 같은 먹을 수 없는 것들이 올라 올 때면 아버지는 바닷물이 닿지 않는 곳에 던져 버리곤 했다. 그것들은 며칠 뒤엔 섬 곳곳에 버려져 말라비틀어져 있는 다른 그것들처럼 냄새를 풍기며 썩어 갈 것이다.

밤바다 섬에서 육지 쪽을 바라보면 강렬하고 화려한 도시의 불빛이 지금 내가 있는 섬의 환경과는 다른 세계처럼 이질감을 가지게 했다. 육지 반대편으로는 어선, 여객선, 유람선, 운반선, 등등 명칭도 알 수 없는 다양한 선박들이 멈춘 듯 보였다가 잠시 후에 보면 저 멀리 이동해 있다. 달은 또 어찌나 밝은지 적응이 되면 후레쉬 없이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였다.

섬에서의 하룻밤은 간신히 버틸 만하다. 바닷가의 비릿한 냄새 역시 시간이 지나면 무감각해진다. 시끄러운 파도 소리는 어떤 소음보다도 강렬하고 지속적이다. 따라서 깊은 잠을 자기엔 힘든 환경이다. 낮잠을 조금 자긴 했지만, 뒤척이다 깨고를 반복하다가 해가 뜨기도 전에 텐트 밖을 나온다. 아침이 밝아 오면 다시 육지로 향하는 배가 올 것이기에 아버지는 가득 찬 어통과 낚싯대를 접고 있었다. 육지 쪽을 바라보니 어젯밤 화려한 도시의 모습은 뒤로한 채 거뭇거뭇 회색의 각이 진 돌덩어리처럼 보일 뿐이었다. 나는 반대편 수평선을 바라보며, 섬 역시 육지의 일부분일 텐데 섬을 타고 항해하는 상상하기도 했다.

몇 해 전 어릴 적 그 섬 주변을 찾았을 때 공원이 조성되어 관광객들로 북적이었다. 주변 곳곳에는 낚시 금지 팻말이 박혀 있었고 뒤로는 고층 아파트가 위협하듯 에워싸고 있다.

1F

Ships_Mixed Media_Variable Dimensions_2020

Planet_Pigment on Resin, Light_Variable Dimensions_2020

2F

Table_Objet_610x915x718_2020

Globe_Mixed Media_650x480x1460_2020

Pipe_Iron Powder on PVC, Audio Sound_Variable Dimensions_2020

Manhole_Iron Powder on Wood, Single Channel Video_1020x640x120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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