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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숨
2019.10.5. –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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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프 닝: 2019년 10월 5일(토), 오후 5시
관람 시간 : 13:00 – 19:00
기획 : 조지현
장소: 탈영역우정국 1층, 2층
참여 작가: 김영글, 뀨르와 타르, 림배지희, 신정균, 차재민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9 시각예술 창작산실 전시지원 선정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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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내용:
일상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기류와 감정적 충돌을 ‘권력‘ 개념으로 명명할 수 있을까? 우리는 가족, 연인이나 친구, 상사와 동료, 스승과 선후배 등 관계를 맺을 때 특정한 역할 기대(role expectations)심리를 갖는다. 이러한 역할 기대는 습관적인 형태로 고착된 관계에서 발생하며 심리 권력의 주요 촉발요인이 되기도 한다. 전시는 개인적이고 내밀한 체험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보편적인 문제로 설득력을 얻기가 쉽지 않은 심리 권력 문제에 주목하여 일상적 관계에서 벌어지는 은폐된 권력 문제에 대해 재고하길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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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시각예술창작산실 전시지원사업 선정전시 <기울어진 숨>
일상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기류와 감정적 충돌을 ‘권력’ 개념으로 명명할 수 있을까? 우리는 가족, 연인이나 친구, 상사와 동료, 스승과 선후배 등과 관계를 맺을 때 특정한 역할 기대(role expectations) 심리를 갖는다. 이러한 역할 기대는 특히 습관적인 형태로 고착된 관계에서 주로 발생하며 심리 권력의 주요 촉발 요인이 되기도 한다. 본 전시가 주목한 심리 권력은 개인적이고 내밀한 체험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보편적인 문제로 설득력을 얻기가 쉽지 않은 일상적 권력의 문제, 즉 심리 권력 문제에 주목한다. 이러한 심리 권력은 미시적으로 작동되는 권력의 속성상 가시적 형태로 드러나는 문제가 아니기에 공론화되지 못하거나 은폐되기 쉽다.
본 전시는 이러한 일상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길 강요받는 불투명한 형태의 권력을 심리 권력으로 명명하여 바라본다.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마주치는 대부분의 문제는 관계의 문제로부터 비롯되며 특정 문제로의 범주화가 까다로운 점을 고려한다면 심리 권력을 개인의 문제나 사적 체험의 문제로만 예단해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권력(psychological power)은 구조적 권력(structural power)과는 달리 본인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근거 없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권력으로써 직접적이기보다는 암시적이다. 그 결과는 시선, 태도, 어투, 분위기, 심리적 현상으로도 나타나기 때문에 쉽게 가시화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또한 상대에게 어떠한 직접적인 역할을 강조하지 않으나 자신의 반응을 통해 상대가 그것을 채택하기를 암시할 뿐이며 암묵적으로 정해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막는 특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권력의 속성상, “오히려 아무도 말하지 않는 곳에서 물어볼 필요도 없는 자명성으로 인해 거대하고 확실하게” (울리히 백) 일상의 관계(숨)를 옥죄어 오고 있을 뿐이다. 이에 본 전시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 이면에 숨어있는 심리 권력의 작동 방식을 포착하여 일상적 관계에서 벌어지는 은폐된 권력 문제에 대해 재고하길 제안한다.
‘주간 창작’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김동규는 타르라는 모형 공룡 미니어처와 뀨르라는 활동명으로 태그팀을 결성하여 작가로서 느끼게 되는 압박감, 주저하게 되거나 눈치 보게 되는 상황 속에서 작가의 신체에 가해지는 미시 권력의 훈육 장치로서의 심리 권력의 정황들에 대한 내용을 담은 영상을 선보인다. 창작한다는 일과 작가로 살아간다는 일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에 대한 단막극의 영상에서 작가는 ‘심리권력’을 ‘알아서 기게끔 만드는 분위기’로 재치 있게 정의하며 창작자의 삶의 저변에 공기처럼 미시 권력의 훈육 장치로서 기능하는 ‘심리권력‘의 민낯을 고발한다. 신정균은 예술을 교육하고 습득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상대의 반응을 의식하게 되는 구조 안에서 일어나는 심리 권력의 작동 방식을 포착한다. 《étude》는 다양한 전공 수업을 받는 장면과 학생들의 인터뷰가 교차하는 형식의 영상작업이다. 수업을 받는 도중 발생하는 강압적인 태도 혹은 경쟁 심리, 내밀한 속마음은 인터뷰라는 형식 안에서 미화된 채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미묘한 심리적 기류들은 드러난다. 림배지희는 의사소통 과정에서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하려는 의미가 매번 빗나가는 경험을 한 뒤 애써 소통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침묵하는 편을 택해왔던 과거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억압된 감정과 말들의 세계를 ‘삼켜진 나라’로 상정해 재현해왔다. 《한숨》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일상화된 가족 구성원의 심리적 초상이 설치 형태로 확장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차재민의 《1보다 크거나 작거나》는 어린이 대상으로 연기 수업이 진행되는 모습을 포착한 영상작업이다. 수업 도중 발견되는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 변화를 통해 경험해본 적이 없는 상황과 인물에 감정 이입하기를 요구받는 아이들의 내적 갈등과 저항의 제스처를 통해 미묘한 심리적 기류를 발견하게 된다. 《왈라 녹음 키트》는 파열음을 걸러주는 윈드 스크린이 씌워진 라발리에 마이크, AUX 케이블, 녹음기가 연결된 PRE REC 모드의 기능을 가진 장비 세트로, 전시장 내 감시의 기능을 암시하며 심리적 압박감이나, 긴장감을 유지한다. 김영글의 《Like》는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자유로운 취향의 선택과 소통의 기회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내부는 타인의 시선, 좋아요, 가까운 혹은 영향력 있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부터 끊임없이 영향받고 예속되는 구조에 주목하는 작업이다. 아파트 단지에 출몰했다 사라진 어떤 물체의 행방을 둘러싼 주민 간의 갈등을 소재로 공개적으로 글을 올리려는 인물의 포스팅 창을 비추어 자신의 의견과 입장을 견지하려는 시도와 함께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자기 보호를 위한 글쓰기의 검열 과정을 반복하는 인물의 심리적 갈등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심리권력’이라는 개념 정의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지만 일상의 관계에 심리 권력이 존재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에 본 전시는 심리 권력을 재현하는 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에서 감지되는 심리적인 부분에 가해지는 ‘경계가 모호한 억압적 힘’을 가시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일상에서 포착된 심리적 기류를 권력 개념으로 수렴해 나가는 과정에서 전시 주제에 대한 참여 작가들과의 의견 교환은 새로운 관점들을 제시해주었다.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예술의 역할로 상정한다면 본 전시가 우리의 일상적 삶에 너무나 밀착되어 보이지 않았던 사적이고 내밀한 심리적 영역과 연관된 문제들을 전시라는 매체로 접근하고자 했다는 사실이 예술에 거는 우리의 이러한 역할 기대가 일정 부분 충족되었던 시도로 해석되길 기대한다.
글. 조지현
<No no show>, 싱글채널비디오, 10분48초, 2019
<1보다 크거나 작거나> FHD 비디오, 28분, 컬러/사운드, 2018
<한숨> 한지에 혼합재료, 1) 250x 90.0, 2) 213 x 85.0, 3) 187 x 80.cm19,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