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87너654나32우리1》 조우희

《10987너654나32우리1》

 

기간:  2023. 11. 17 (금) – 12. 10 (일) 13:00~19:00 (휴관일 없음)

장소: 탈영역우정국 1F | 마포구 독막로 20길 42 

오프닝행사: 11. 17 (금) 17:00~19:00

 

내가 항상 붙어 사는 이 기계들과, 기술들과, 애플과, 신자유주의 후기 자본주의와 분리된 상태를 상상해 본다(상상해 보려고 시도한다). 이것들이 맞물려 작동하는 거대한 기계가 내게 부여한 사고방식의 외부를 보고 싶다. 내부에서 너무 오래, 아마도 평생을 거주한 사람이 외부를 상상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나는 매일 같이 너의 집(애플스토어라고 불리는 공간)에 가서 너에게 이별 편지를 쓰는 일을 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또 서울에서. 너와 내가 헤어져야 하는 이유, 헤어지고 싶은 이유, 헤어진다고 했을 때 걱정되는 것들을 너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했다.

 

주최/주관: 조우희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협력: 탈영역우정국

글: 조우희, 이연숙 (리타)

 

조우희는 로스앤젤레스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 예술가이다. 일상에서 개인의 정체성이 사회와 충돌하거나 사회에 포섭되는 순간에 주목한다. 이들은 설치, 영상, 퍼포먼스의 형태로 변환되어 사회의 정상 규범을 퀴어링하는 수단이 된다. 모으기, 사적인 것으로 전유하기, 웃어버리기는 그 작업의 주된 방법론이다. 그의 작업은 로스앤젤레스 시립 미술관, 로이 에드나 디즈니 칼아츠 극장 (레드캣), 59회 앤아버 영화제, 66회 코르크 국제 영화제 등에서 전시 및 상영되었다.

 

설치물 제작: 샴푸

설치 도움: 한솔, 김지윤

영상 설치 도움: 비디오 몰

자문: 정지수, 최진석 @jinseok_choi_, 에블린 인 Evelyn Hang Yin @haannngggg, 커피 강 Coffee Kang @coffeeekang

 

작가노트 

 

내 작업은 내가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불편함에서 출발한다. 나는 불편한 순간들을 꾸준히 모으고, 그 배후를 파헤치고 분석한다. 이를 통해 불편함의 뿌리에서 개인의 정체성이 사회와 충돌하거나 사회에 포섭되는 지점을 찾는다. <10987너654나32우리1>에 영향을 미친 불편한 일상은 애플의 신제품 발표다. 화려한 미래, 더 나아진 일상을 담보해 줄 것만 같은 발표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설렌다. 끝이 .99로 되어 있는 값을 주고 교환하면 그들이 제시한 신세계가 내 것이 될 것만 같다. 하루하루가 더 나은 내일이 될 것 같고 흠 없는 일상에서 참된 복지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우선 발표자들의 목소리에서 시작해 보자.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고 마치 어디에도 구멍이 없는 것 같이 명료하고 아름다운 발음. 뭐가 됐든 나와는 다른, 대리석 기념비 같은 음성이다. 그 음성이 말하는 “2배 밝아진, 더욱 더 빨라진, 우리가 사랑하는” 같은 수사가 나한테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해서 그 음성들을 모으고 재배치했다. 그 숫자들이 카운트다운으로 전환되고, 강박적인 비교급들이 더욱더 끝으로 치달을 때 그 열차에는 누가 실려 있고, 종착지에는 어떤 욕망이 있는지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애플이 제시하는 더 밝아지고 더 빨라진 유토피아에 속해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나와 분리된 외부라고 생각하는 애플은 이미 내 일부가 된 것은 아닐까? 나는 이미 너에게 속해 있는 것은 아닐까? 누가 누구를 소유하고, 이 관계를 통제하고 있을까? 너와의 관계 속에서 맥락 지어진 내가 아닌 오롯이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의 관계 그 외부를 볼 수 있을까? 나는 항상 연결 되어있는 상태에 지친 게 분명하다. 내가 항상 붙어 사는 이 기계들과, 기술들과, 애플과, 신자유주의 후기 자본주의와 분리된 상태를 상상해 본다(상상해 보려고 시도한다). 이것들이 맞물려 작동하는 거대한 기계가 내게 부여한 사고방식의 외부를 보고 싶다. 내부에서 너무 오래, 아마도 평생을 거주한 사람이 외부를 상상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나는 매일 같이 너의 집(애플스토어라고 불리는 공간)에 가서 너에게 이별 편지를 쓰는 일을 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또 서울에서. 너와 내가 헤어져야 하는 이유, 헤어지고 싶은 이유, 헤어진다고 했을 때 걱정되는 것들을 너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했다.

전시장 입구의 반대편 끝에 내장 같은 좁고 내밀한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욕망을 다시 써 본다. 앞과 유사한 말을 반복하더라도 이곳에서 나는 너에게 소리를 지른다. 귀를 막고 이야기하면 자신의 목소리를 귀를 통해서가 아니라 몸 전체에 공명해서 들을 수 있다. 그렇게 자신의 음성이 몸 구석구석을 돌아 내부를 훑는다. 이곳에는 창문으로 여과된 자연광이 들어오고, 손 글씨가 있고, 감정적인 언어들이 채워져 있다. 전시 공간과 날것의 현실 공간을 구분하는 울타리에는 내부에서 외부를 상상하는 방법을 적어놓는다. 여기서 우리가 함께 소리치면서 너와 이별하고 싶다.

 

작가 소개

 

조우희는 로스앤젤레스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 예술가이다. 일상에서 개인의 정체성이 사회와 충돌하거나 사회에 포섭되는 순간에 주목한다. 이들은 설치, 영상, 퍼포먼스의 형태로 변환되어 사회의 정상 규범을 퀴어링하는 수단이 된다. 모으기, 사적인 것으로 전유하기, 웃어버리기는 그 작업의 주된 방법론이다. 그의 작업은 로스앤젤레스 시립 미술관, 로이 에드나 디즈니 칼아츠 극장 (레드캣), 59회 앤아버 영화제, 66회 코르크 국제 영화제 등에서 전시 및 상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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