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圖프로젝트 #3, 이정은≪Becoming One, Being Plural≫

2022 탈영역우정국 지하圖프로젝트 #3

Becoming One, Being Plural 이정은

일시 : 2022.10.20(목) – 11.7(월), 13:00 -19:00 휴관 없음

탈영역우정국 지하 

<Becoming One, Being Plural>은 이정은 작가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독일, 프랑스, 비엔나, 리투아니아에 머물며 수집, 제작한 작은 유리병을 선보이는 전시이다. 이 유리병, 컨테이너는 그 시공간 안에서 모든 것이 이치에 맞는 방식으로 상호작용 하는 완벽한 우주, 코스모스(cosmos)를 창조하고 형성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그로서 작가는 마스터(master)이 자 동시에 관찰자(observer)가 된다. 이 작은 커뮤니티는 매일 성장하고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개체의 다양성이 유지되면서 동시에 개체들은 하나의 몸을 공유한다. 곧 다름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하나가 되는 유리병 안의단순한 복잡성은 원시적이지만 그 안에서 생계와 시스템을 지니고 하나로 존재하게 된다. 

 

 

작가의 관찰 일지

A journey. Traveling with my body, being multiple in me. Constantly moving in this unknown territory. While creating a world in a jar, I become the observer, I see no strange bodies, no exclusion. A cosmos where all differences converge in one space, where I belong, just belonging. Becoming one, being plural. During this period from 2020 to 2022, among other projects, I was in Germany, France, Wien, and Lithuania and concentrated on developing these works. My jars or ‘containers’ are my attempts to create and shape a universe for cosmos where ‘the living bodies’ interact in this time and space in a way that everything makes sense, being me ‘master’ and observer at the same time. Communities start growing and popping up in everyday basis. Animals, plants share a body that I relate with my own personal and artistic investigation, they are plural and one at once. Within my everyday observations, I could see that this work was more and more related with me, my. Body, my search for belonging. This ‘simple’ complexity that I found in this ‘civilizations’ in my jars where everything is plural and one at the same time, showed me how important this theme is for me. In this body that I use being plural, trying to become one. This is a fragment of my observation diaries. : A journey. Traveling with my body, being multiple in me. Constantly moving in this unknown territory. While creating a world in a jar, I become the observer, I see no strange bodies, no exclusion. A cosmos where all differences converge in one space, where I belong, just belonging. Becoming one, being plural. 

COVID 19으로 인해 저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자연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습니다. 하루는 숲에서 산책을 하다가 연못의 물과 침전물을 유리병에 퍼 올렸고, 그 병을 단단히 밀봉하고 창턱에 올려놓은 채로 거의 잊어버렸습니다. 몇 주 후에 유리병들을 발견한 저는 연못의 물과 공기, 미네랄과 유기체의 혼합물이 죽지 않고 번성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유리병에 담긴 조류와 미생물은 완벽하게 균형 잡힌 끝없는 순환으로 산소, 이산화탄소 및 영양분을 교환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병은 안정적인 생태계 먹이사슬이 형성되었고, 어떤 병에서는 죽은 생물로부터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무심코 퍼올렸던 물은 태양광 만으로 작동하는 작은 생태계, 즉 에코스피어였습니다. 에코스피어는 작지만 완벽한 우주였습니다. 이것은 무한한 자립 시스템으로서, 다른 외부적 요인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생물들은 밀폐된 환경 안에서 서로 균형을 이루면서 모든 것을 소비하고 재생산하며 균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저는 매일 창문 앞에 앉아 조금씩 변화하는 작은 생태계들을 기록하고 탐구했습니다. ‘에코스피어’라는 축소된 세계가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와 환경뿐만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현시대와 상황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 고 이해할 수 있는 어떤 단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에코스피어를 만들고 그 안의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저는 관찰자(observer)이면서 동시에 ’마스터(master)’의 위치에 있었으며, 제한된 환경 안에서도 자연은 결국 생존하고 번식할 방법을 찾아서 적응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병안의 서로 같거나 다른 생명체들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우리가 제한된 국경이나 경계 안에만 갇혀있는 게 아니라 모든 세계는 유기적으로 다 연결되어 있는 플루이드(fluid) 한 상태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자연히 COVID 상황과 팬데믹 현상에 대한 생각으로 연결이 되면서 코로나 시대의 우리의 모습을 에코스피어에 비유하여 그것을 예술의 언어로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Becoming one, Being Plural>을 통해 저는 우리가 속한 환경과 삶에 대한 탐구를 하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생물들의 존재를 시각 정보 및 예술창작물로 환원하여 자연의 보이지 않는 활동을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게 하고자 합니다. 주변 환경 속에서 청각적으로 쉽게 감지되지 않는 존재와 움직임, 자연 공간의 다양한 현상들을 물리적, 전자적 방법들을 동원하여 소리로 변환하고 비디오, 사운드 설치 작업으로 구현하면서 미시적인 자연의 세계를 시각화, 음향화하는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단지 자연물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이러한 자연물을 통한, 자연에 의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 작업은 과학 기술이 아닌 예술로서 의의를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생태계와 미생물의 세계, 그리고 에코스피어와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작은 공간에서 밀봉된 채 생태계를 이루는, 관찰하지 않으면 인지할 수도 없을 만큼 작은 생물들을 큰 공간에 전시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우리가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에 집중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이 작업의 목적입니다. 또한 이 작업을 계기로 코로나 시대의 인류와 자연의 관계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전염병이 찾아옴과 동시에 전 세계 사람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격리하고, 징후에 민감해집니다. 자연의 거대함을 느끼며 우리는 인간의 한계를 체감했고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코로나 시대로 인해 변화된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시각적 언어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연물을 관찰, 기록, 전시, 재해석하는 과정들을 통해서 자연과 인간 세계의 양상들을 거울처럼 비추어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작가소개

이정은

서울과 독일 칼스루에(Karlsruhe)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현재 칼스루에 국립미디어디자인예술대학교(Hochschule f+r Gestaltung Karlsruhe)에서 미디어아트(Medienkunst) 디플롬(Diplom)과정. 2019년 독일에 이주한 이후로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개인의 정체성과 관련해서 사회와 그 주변부에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를 담는 작업을 해왔고, 2021년 <Belonging Nowhere>프로젝트에서는 아시안 여성과 퀴어, 그리고 이주와 관련하여 유럽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퀴어 여성들을 사진, 무빙 이미지(moving image), 퍼포먼스의 형식으로 풀어냈다. 이후 진행한 <Becoming One,
Being Plural> 프로젝트를 통해 이러한 관심사들을 자연에 대입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생물을 포함
한 자연의 단면을 예술창작물로 환원하면서, 눈에 보이지도 귀에 들리지도 않는 생명체들이 우리와 어
떻게 공생하고 있는지 탐구하며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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