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영상 및 애니메이션 상영회 ‘The Second Sense’
2017.07.14-15 7PM-9:30PM (Free admission)
@탈영역 우정국 Post Territory Ujeongguk (마포구 창전동 독막로 22길 40)
기획/주관 함준서 http://cargocollective.com/junkomix
협력 탈영역우정국
‘The Second Sense’는 물질성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보여주는 디지털 영상, 실험 애니메이션들을 선정하여 상영을 하는 자리입니다.
온라인에서 세계적일 수 있는 그러나 자본-독립적인, 개인적인, 작은 규모의 작업들의 유희적 실험을 감상하는 자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금요일과 토요일의 상영은 동일하며 두 섹션으로 나누어 상영합니다.
<Section 1> 7:00~8:10pm, 휴식시간 10분, <Section 2> 8:20~9:30pm
참여 작가 및 스튜디오:
Alan Warburton
Andreas Nicolas Fischer
Andrew Benson
Andrew Thomas Huang
Aron Johnson (Crashoverride)
Chris Earl Woodruff (ZEITGUISED)
David OReilly
Eran Hilleli
Erik Furguson
Eva Papamargariti
Jack Sachs
Jia-Rey Chang
Julian Glander
Mark Klink
Markos Kay
Martin Onassis
Mate Steinforth
Melt Mirror
Mike Pelletier
Nikita Diakur
Paulin Rogues
Pandagunda
Pussykrew
Randy Cano
Raven Kwok
Ricky Calvit Jonsson Jr.
Sam Lyon
Sam Rolfes
Shigeto Maeda
Tim Jenkinson
Uğur Engin Deniz
Wang & Söderström
Jaeho Yu
『The Second Sense』는 디지털 애니메이션 상영회입니다. 그런데 오늘 날 모든 영상은 디지털이고 또 사실상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은 별 다른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디지털이기 때문에 또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의미는 많이 휘발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특정 디지털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모아서 상영을 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의미를 부여해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우선 이 작품들은 높은 수준의 영상 제작 기술을 ‘유희적’으로 사용한 것들입니다. 높은 수준의 기술은 보통 큰 자본이 투자되는 영상 제작에 사용되고, 그런 경우 그 기술은 관객의 몰입을 위한 이미지의 사실적 ‘재현’을 위해 사용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이 자본-독립적인, 개인적인, 작은 규모의 작업에 사용될 때 그 양상은 다릅니다. 이번에 상영되는 작품들은 3D CG가 사용된 것들 만으로 한정했는데, 사실적이고 재현적인 방향과 그 반대의 경우의 대조가 더 잘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움직이는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것은 움직이는 오브젝트를 가져다 놓는 것이 아닌 이상은 ‘착시’에 기반합니다. Film은 그 착시를 굉장히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프레임 바이 프레임(Frame-by-Frame)’ 매체였습니다.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제작 방식이 90년대 이후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키 프레임(Key-Frame) 방식의 제작이 중요해졌습니다. 이제 키 프레임들 사이(In-Between)의 이미지들은 컴퓨터가 알아서 만들어 주는 것이기 때문에, 키 프레임의 절묘한 운용은 오늘 날의 영상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지금까지’의 애니메이션의 미학에 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이 양상이 한 번 더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새로운 제작 방식의 성격은 Parametric, Procedural, Generative 또는 Simulation이나 Physics-Engine(물리엔진)의 사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2010년대 이후 시각적 작업자들이 (다시) 이러한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는가를 생각하자면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재미있는 것은 요즈음의 영상들은 그 이미지가 그렇게 만들어졌음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한 편으로 그것은 키 프레임 방식으로 제작된 것이 아님을 드러내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들은 대체로 물질성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보여줍니다. 물질의 재료와 표면의 촉각에 대한 비재현적이고 비현실적인 감각이며, 때로 뒤틀린 시공과 함께 합니다. 이런 감각이 오늘날의 감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예상하건데 이것은 한시적으로 유효한 감각일 것입니다.
함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