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는 자기 먹물을 선택한다》
2022.11.09.-11.29 13:00-19:00 (휴관 없음)
탈영역우정국 2층
기획: 유현성, 안유선
참여작가: 김민조, 남다현, 이자켓, 박미정, 박지일
디자인: 한나례
협력: 탈영역우정국
전시에 참여한 두 명의 시인, 세 명의 시각예술가, 기획자, 디자이너 모두는 90년대에 태어났다. 90년생은 사회와 미디어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 ‘Z세대’, ‘MZ세대’ 등으로 불린다. 이러한 명칭 아래 우리 세대가 부여받은 것은 ‘디지털 매체에 친숙하고, 가치관이 뚜렷하며,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집단으로 분류된다.
《오징어는 자기 먹물을 선택한다》전은 세대명칭으로 개인을 집단으로 구분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전시 제목은 소설가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단편 제목으로, 사회가 규격화한 세대를 벗어나 자신이 속한 세계를 말하고자 하는 이들의 은유이다. 오징어의 먹물은 오징어를 특정하고 불변하는 성질이나, 먹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다. 《오징어는 자기 먹물을 선택한다》는 세대로 통일된 거대한 개념에 파묻혀있기 보다 얼룩지더라도 자신이 속하고 속할 세대를 선택해볼 것을 제안한다.
전시는 테라스와 세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다. 입구 쪽에 위치한 방은 박지일과 남다현의 작업이 위치한다. 일기 형식으로 한 달의 시간을 기록한 시 연작과 2007년과 2022년 두 시대의 시차를 두고 자리한 책상이 설치 작업으로 표현됐다. 맞은편에는 두 개의 방이 있다. 하나의 방은 이자켓의 시와 조각, 김민조의 회화가 전시된다. 이는 7개월간 메일을 통한 교류로 직조된 하나의 방이다. 마주한 다른 방은 박미정과 이자켓의 협업이다. 박미정은 평면 작업과 핸드레일 형태의 구조물 등으로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방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는 이 작업을 바탕으로 녹음된 이자켓의 음성이다.
작가들의 협업은 다른 두 세계의 이질적인 조우이기도 하나, 다른 두 성질의 색채가 융화하고 개별적인 매혹으로 표출된 자리이다. 이는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세대를 규정하는 시대의 관념을 넘어서 ‘자신의’ 먹물을 선택한 자들의 분출이다. 전시장 곳곳에 위치한 남다현, 김민조, 박미정의 난간은 서로 다른 형태로 설치되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설치물은 전시장이라는 같은 지대를 공유하며, 난간으로 인식되는 아이러니를 내포한다.
《오징어는 자기 먹물을 선택한다》는 세대로 통일된 거대한 개념에 파묻혀있기 보다 얼룩지더라도 자신이 속하고 속할 세대를 선택해볼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