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과 문 Walls and Doors – 강은구 개인전

 

 

 

강은구 개인전 벽과 문

강은구 개인전 벽과 문

 

 

벽과 문 Walls and Doors 강은구 개인전

  • 기간: 2016년 11월 17-28일
  • 장소: 탈영역 우정국, 서울 마포구 독막로 20길 42 
  • 시간: 13:00pm~19:00pm (휴무 없음)
  • Opening reception 11.17 목요일, 6:00pm

 

올해 탈영역 우정국에서 개최되는 강은구의 개인전 『Walls and Doors』은 2009년 개인전 『청계천 마지막 크리스마스』에서 처음 시도되었던 셔터작업을 보다 본격적으로 발전시켜 선보이는 전시이다. 『청계천 마지막 크리스마스』에서의 작업은 하나의 완결된 작품이라기보다는 전시장 출입구에 설치된 일종의 장치였다. 2009년 청계 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있던 작가는 당시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인해 상인들이 시 외곽으로 이전하게 되는 것을 목격하고서 문을 닫게 된 청계천 일대의 상권을 암시하기 위해 반만 닫힌 셔터를 전시장 입구에 설치하였다. 상인들에게 반만 열린 셔터는 일과의 시작과 끝을 준비하는 상인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의미하였지만, 이 전시에서는 그 끝을 알기에 보다 쓸쓸한 느낌을 자아냈다. 아마도 이것은 실제로 가게에서 사용되었던 셔터를 전시장에 설치하고, 청계천에서 오랜 기간 장사를 해왔던 어느 할아버지가 손수 손으로 써준 전시의 입간판과 묘하게 맞물렸기 때문일 것이다.

2009년 작업에서 ‘셔터’라는 모티프는 이렇듯 서정성을 담고 있다. 이 당시 제작된 작가의 주요작업에서도 서정성을 찾을 수 있다. 작가는 제철소, 도시의 풍경을 철판으로 윤곽을 도려내 제작하고, 그 뒤편에 프로그램화된 LED조명을 설치하여 도시의 밤을 재현하는 설치작업을 해왔다. ‘A night at the ironworks3′(2009)는 모두 잠든 한밤에도 끊임없이 돌아가는 제철소의 밤풍경을 2미터 남짓의 파노라마로 재현하였고, ‘A night at the zone 12′(2012)에서는 도시 외곽의 달동네 밤풍경을 재현하였다. 이러한 풍경들에서 우리는 고속경제성장을 위한 노동자들의 노고, 일을 마친 뒤 도시 외곽으로 퇴근하는 노동자들의 이동과 잠깐의 휴식 등을 떠올리게 된다. ‘Snow – covered street'(2009)는 을지로의 풍경을 철판으로 제작하고, 물로 채워 시간의 경과에 따라 부식되도록 제작한 작품이다. 급속한 도시 발전에 가장 필요했던 ‘철’이라는 재료가 점점 녹이 스는 모습을 ‘눈’으로 은유함으로써 도시성장의 이면을 표현하였다. 초기 작업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서정성은 1990년대 초고속경제성장시절에 을지로에서 유년기를 보냈던 작가의 기억이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이번 전시에서 사용되는 ‘셔터’에서 서정성은 전혀 관찰되지 않는다. 대신 구조와 기능을 활용하여 셔터의 함의를 현대사회의 구조와 인식의 문제로 확장시키고 있다. 이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 앞서 이번 전시의 모태인 또 다른 작업을 살펴보자. 2014년 고양아람누리미술관 『고양신진작가19초대전』에서 선보였던 ‘Walldoor’는 전시실에서 다른 전시실로 이어지는 통로에 셔터를 설치하고 일정시간마다 닫혔다가 열리도록 설계하였다. 닫혀있는 순간에 셔터는 벽으로, 열린 순간 셔터는 문으로 변화한다. 관객은 셔터의 움직임에 따라 이동하게 되므로 작품에 수동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Walls and doors'(2016)는 전시장 공간 전체를 활용한다.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입구를 꽉 채운 셔터가 보이고, 이 셔터를 통해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관객이 지나쳐온 셔터 외에 또 다른 셔터가 삼면에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각 셔터들은 일정시간마다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한다. 전시장 중앙에 있는 테이블에는 셔터와 연결된 조이스틱 4개가 설치되어 있다. 관객은 나머지 셔터의 뒤편의 방을 관찰할 수도 있고 조이스틱을 통해 셔터의 문을 조종할 수도 있다. 전시장은 일종의 관객참여형 놀이터이다. ‘Walldoor’에서 관객은 작품에 대해 수동적인 참여자였던 반면, ‘Walls and Doors’에서 관객은 능동적인 참여자가 된다.

그러나 이내 우리는 어떤 한계를 느끼게 되는데 관객이 조이스틱 4개 중 하나를 선택하여 조종을 하더라도, 사전에 그것이 어떤 셔터를 움직이게 하는지 알 수 없고, 조종을 하더라도 셔터는 미리 프로그램화된 기능에 의해 관객의 조종과 관계없이 움직인다. 셔터를 통해 방으로 들어가게 되면 다른 관객에 의해 조작된 기능에 따라 갇힐 수도 있다. 즉 관객은 자신의 의지대로 온전히 시스템을 조작할 수 없고, 프로그램화된 시스템에 의해 계속 간섭받게 된다. 또한 셔터 뒤의 작은 방들에는 각각 다른 방을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관찰자임과 동시에 관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셔터’의 기능이 벽이자 문으로서 양가적인 기능을 하는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 관객은 능동적인 참여자이자 수동적인 참여자로서 양가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하였던 작업이 도시의 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원경’으로 재현함으로써 도시의 구체성을 지우고 서정적인 감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작업은 도시의 속성을 대변할 수 있는 셔터라는 소재를 선택하고 이를 관객이 참여 가능한 실물사이즈, 즉 ‘근경’으로 제작하여 구체적인 도시에서의 삶을 직시한다.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는 새로운 가게들과 도로들, 건물들은 아주 작은 삶의 습관들을 변화시키면서도 새로운 선택을 하게끔 강요하며,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 감시당하기를 자청하며 살아간다. 우리의 인식적 측면에 있어서도 동일한데, 우리는 다른 이들로부터 지식을 얻고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인터넷과 SNS를 이용하면서도 스스로의 지식과 경험도 공유한다. 우리는 생산자임과 동시에 소비자이며 네트워크 환경 속에서 스스로 노출되기를 거리끼지 않는다. ‘Walls and Doors’는 현대인의 시지각적 삶까지도 신체의 체험으로 전환시켜 보여준다.

‘Walls and Doors’에서 또 다른 중요한 지점 중의 하나는 리플렛의 QR코드이다. 앱을 다운받고 리플렛에 제시된 QR코드를 찍으면 언제어디서나 전시장에 설치된 화면 4개를 볼 수 있다. 해당 전시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전시장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미시적인 삶을 지배하는 빅브라더의 존재를 떠올리게 된다.

『Walls and Doors』는 작가의 작업에 있어 주요한 전환점으로 보인다. 이전의 작업들이 상업사회에서 흔하게 활용되는 ‘셔터’라는 오브제에서 발견되는 구조와 기능을 단편적으로 보여주었다면 이번에는 구조를 공간 전체로 확장시키고 이 구조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선보인다. 이를 통해 작품은 앞서 상술되었던 바와 같이 다층적인 레이어를 지니게 된다. 이 작품이 앞으로 어떻게 변주되고 확장될지 기대가 된다.

– 유은순

 

 

 

 

강은구 작가 블로그 – kangeungoo.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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